싸움은 지금부터… ‘딥시크와 스푸트니크 쇼크싸움은

miracleadmin

2025.02.07

2025.2.7 | 849호 | 구독하기 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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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설 연휴와 함께 시작됐던 딥시크 쇼크. 미라클레터는 지난 월요일까지 숨 가쁘게 관련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주 잠시 쉬어가나 싶더니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생겨 버립니다. 

‘딥시크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쳤던 한 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올트먼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분간 딥시크와 관련된 이슈는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올트먼 CEO의 방한을 짧게 정리하고 ‘스푸트니크 쇼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딥시크의 출현을 스푸트니크 쇼크와 비교하는 글, 많이 보셨을 텐데요.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과 소련(러시아)의 움직임을 토대로 배울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숨 가빴던 한 주, 빠르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숨막히는 AI 대전>
1회 : 트럼프의 스타게이트
2회 : 딥시크가 뭐길래
3회 : 미국을 삼키는 중국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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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푸트니크 쇼크, 그 이후
  • 미국과 소련의 인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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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개국 기업인이 회동을 했습니다. 이러한 자리에서는 과연 어떠한 말이 오고갈까요. [사진=매일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납니다. [사진=매일경제]한국-미국-일본3자 동맹오픈AI는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범용 AI(AG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게이트’라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어요. 엄청난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기반으로 AI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딥시크가 중국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오픈소스’로 말이죠. 비용과 성능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픈AI를 중심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던 AI 산업이 흔들릴 수 있을 만큼의 충격을 안겨 줍니다. 중국에서는 딥시크 외에도 저 사양 GPU로, 더 나은 성능을 낸다는 AI가 우후죽순 출현하고 있고요. 올트먼 CEO는 일본을 방문해 손정의 회장을 만납니다. 이 자리에서 ‘SB 오픈 AI 재팬’을 설립하고 기업용 첨단 AI 서비스를 일본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하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는 ‘AI 전용 단말기’ 출시를 예고합니다.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니 아이브가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지난해 보도된 바 있는데,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을 찾은 올트먼.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납니다. HBM으로 AI 시대에 올라탄 SK. 두 사람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AI 시대 반도체와 관련된 협력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하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해석이에요.삼성전자, SK그룹, 카카오, 크래프톤 등과도 회동합니다. 일단 소프트뱅크, 삼성전자, 오픈AI의 3자 회동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손정의 회장까지 일본에서 날아왔거든요. 여기에 소프트뱅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기업 ARM의 르네 하스 CEO도 참석합니다. ARM은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있고, 이를 만들 수 있는 설비는 삼성전자(파운드리)가 가지고 있어요. 엔비디아의 테스트는 아직 통과하지 못했지만 AI 반도체에 필수품인 HBM도 만들고 있고요.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오픈AI가 삼성전자에 이와 관련된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타게이트에 대한 투자도 언급됐을 것으로 보이고요.2년 전과 같은 움직임, 올트먼그리고 카카오를 만납니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API를 활용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해요. 카카오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AI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 모델도 적용한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여기에 오픈AI의 기술이 적용된다는 거죠. 게임 기업 크래프톤과의 회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트먼 CEO의 한국 일정이 끝난 뒤 앞으로 오픈AI의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오픈AI는 방한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게 아닐까 싶어요. 딥시크가 저렴한 가격과 오픈소스로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서둘러 고객 잡기에 나선 거죠. 구글도 이에 질세라 저렴한 라이트 버전의 AI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시장을 빼앗길 수 없다는 것. 올트먼 CEO는 이어 인도를 방문해 말합니다. “인도는 AI에 있어서 중요한 시장입니다. 저렴한 AI 모델 구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AI 분야에서 선두가 될 수 있습니다.”여기서 든 또 하나의 생각. 2년 전입니다. 오픈AI가 챗GPT를 막 내놓았을 때 생성형AI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이때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AI에 대한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이때 올트먼 CEO가 움직였습니다. 17개국을 돌며 AI 규제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죠. 한국도 방문했고요.그리고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당시에는 주로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이후 AI 관련 서비스가 폭발하고 오픈AI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여러 기업이 AI 관련 서비스를 내놓은 것을 보면 당시 올트먼 CEO의 행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만에 올트먼 CEO는 기업인을 만나며 시장과 서비스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으킨 딥시크 쇼크에 대응하고자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셰일즈. 올트먼 CEO의 이러한 행보가 한번 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도 손을 잡습니다. [사진=매일경제]
단지 ‘삐삐삐삐’하는 소리만 낼 줄 알았던 스푸트니크 위성의 모습 [사진=위키]스푸트니크 쇼크다시보기이제 스푸트니크 쇼크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면서 ‘우주시대’를 열게 됩니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당시만 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과학기술, 특히 ‘군사’ ‘우주’와 관련해서 소련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거든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가진 압도적인 과학기술(핵폭탄)은 서방 국가의 자부심이었습니다. 미국은 전쟁이 끝나고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로켓 연구에 도전했는데 당시 문서를 살펴보면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 즉 비행기를 이용해 미사일을 떨어트리는 능력에 있어서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로켓 개발은 다소 지연되고 있었다고 해요. 또한 U-2라는 역대급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굳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소련을 정찰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미국의 로켓 개발은 해군의 ‘뱅가드’, 육군의 ‘주피터’ 등 여러 프로젝트로 분산되어 있었는데, 독일에서 건너온 베르너 폰 브라운(로켓 공학의 아버지) 박사가 이끄는 주피터 프로젝트가 기술적 측면에서 앞서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전범 논란으로 그의 위성 발사 제안은 거부되고, 오히려 뱅가드 프로젝트에 힘이 실렸습니다. 반면 소련은 오래전부터 로켓 개발에 공을 들여왔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로부터 확보한 기술을 빠르게 흡수합니다. 또한 세르게이 코롤료프라 불리는 걸출한 로켓 공학자를 앞세워 ‘돌격 앞으로’를 외쳤죠. 한 마디로 중앙집권적 체제의 도움을 받아 자원을 집중한 셈입니다. 
그렇게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련. 서방 국가는 패닉에 빠집니다.기술도 기술이거니와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얘기는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는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는 얘기거든요. 이는 곧 위성이 놓인 자리에 ‘미사일’을 실으면 지구 반대편에 이를 떨어트릴 수 있음을 뜻합니다. 서방 전역이 소련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선 셈이죠. 미국은 이에 뒤질세라 1957년 12월, 미 해군이 추진해 왔던 뱅가드 로켓을 발사하지만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데 실패합니다. 반면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하며 승승장구하고요. 이듬해인 1958년 1월, 미국은 폰 브라운 박사가  주도한 주피터 로켓을 이용, 익스플로러 1호를 궤도에 올리면서 체면치레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자존심은 상당히 크게 상처받은 상황이었어요. 소련이 미국보다 앞서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여러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서 있었던 만큼 소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로켓 개발 역시 분산되어 투자가 이어졌어요.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폰 브라운 박사의 프로젝트는 외면당했고요.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은 우주 프로그램을 관리할 단일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58년 국가우주항공법을 통과시키면서 NASA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NASA는 소련의 기술을 한 번에 뛰어넘기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결국 성공합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성공을 본 뒤 서둘러 뱅가드 프로젝트를 발동, 로켓을 발사합니다. 하지만 발사와 함께 폭발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됩니다. [사진=NASA]스푸트니크 쇼크그 이후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다른 나라로 번졌습니다. 1965년 프랑스가 위성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1970년에는 일본과 중국이, 1971년 영국, 1980년 인도, 이스라엘 등이 잇달아 인공위성을 우주에 내려놓으며 로켓 기술을 확보합니다. 이란, 북한, 한국 등이 2000년 이후 위성 발사에 성공하고요. ‘우주’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도 있었겠지만 애국심 고취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하려는, 냉전 시대 군사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달 탐사에 성공하며 탄력받은 미국은 우주 왕복선까지 개발하며 앞서 나갑니다. 소련 역시 달 착륙선 개발에 도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란’입니다. 아폴로 프로그램에 대항해 소련의 우주개발 과정을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소련의 우주개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어요. 먼저 소련이 보유했던 달 탐사 로켓 N1의 기술적 결함이 있었습니다. 기술적 결함은 고쳐 나가면 되죠. 그런데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소련은 NASA처럼 중앙집권형 연구개발을 이뤄내지 못해요. 설계를 맡은 여러 조직이 생기고(OKB-1, OKB-52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자원에 제한이 생깁니다.소련의 우주개발을 이끌던 세르게이 코롤료프의 사망 이후(1966년) 리더십 약화도 문제로 거론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냉전은 치열해지고, 소련은 달 착륙과 관련된 연구개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합니다. 군비 경쟁 속에서 우주개발이 뒷순위로 밀려난 거죠. 중앙집권형 방식으로 우주개발에 있어서 앞서 나갔던 소련이, 이후 동력을 상실했다는 게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반면 미국은 NASA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교육제도를 손봅니다. 미 의회는 과학, 수학 등의 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학생과 교사를 위한 학자금 대출도 늘립니다. 고등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늘린 거죠. 실습 실험을 확대하고 교육 자료 개발, 교사 교육을 위한 기금도 확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중요성도 강조되었고요. 이러한 지원은 이후 미국이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됩니다.소련이 우주개발 역사에서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 뒤처졌을뿐 우주정거장 미르는 물론 행성 탐사선을 중심으로 우주개발을 이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소유즈’라는 걸출한 로켓을 보유하게 되는데요. 1966년 R-7 로켓으로 시작한 소유즈 로켓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발사에 성공한 로켓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1700여회를 발사했고 성공률은 무려 97.3%에 달합니다. 소유즈 로켓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에요. 가격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소유즈 로켓 발사 비용은 델타, 아리안 등 미국과 유럽이 보유하고 있는 로켓과 비교했을 때 5분의1~10분의1 가격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X의 가장 성공적인 로켓으로 불리는 팔콘9과 비교해도 더 저렴하다는 분석도 있고요.  지금도 여러 국가가 위성을 쏠 때 저렴한 소유즈 로켓을 이용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발사됐고 저렴한 ‘소유즈 로켓’의 모습입니다. 가성비 ‘갑’이라고 해요. [사진=위키]
오퍼레이션 클립을 알리는 미국의 신문 [사진=위키]미국과 소련의인재 쟁탈전스푸트니크 쇼크를 이야기할 때 잘 드러나지 않은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인재 경쟁’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로켓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는 독일이었어요. 독일은 V-2 로켓을 개발, 미사일로 활용했는데요. 이는 폰 브라운 박사의 주도로 개발됩니다. 독일에서 발사되면 런던, 파리, 벨기에 등 유럽 전역으로 미사일을 떨어트릴 수 있었는데(사거리는 약 320km) 당시 독일의 군사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V-2 로켓으로 인한 사망자도 엄청났고요. 독일 패망 이후, 미국과 소련은 암암리에 독일 로켓 과학자들을 자국으로 이주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수행합니다. 미국의 경우 ‘오퍼레이션 페이퍼클립(Operation Paperclip)’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독일인 과학자의 이력서에 클립을 끼워 놨기에 이렇게 불렸다고 하네요). 1945년부터 1959년까지 진행된 이 작전을 토대로 1600여명의 독일 과학자, 엔지니어가 미국으로 이주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시 로켓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과학자들을 소련에 빼앗길 수 없었던 거죠. 이 과정에서 전쟁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합니다. 미국은 나중에 이들을 ‘좋은 나치’라고 소개했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고요.V-2를 개발한 폰 브라운 박사도 오퍼레이션 페이퍼클립에 의해 미국으로 들어옵니다. 이후 그는 1958년 위성 발사에 성공하며 이름값을 합니다. 아폴로 프로젝트 역시 독일 과학자들이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해요. 다만 워낙 비밀리에 진행된 작전이라 작전의 정확한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고 합니다. 소련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습니다. 오소아비아킴 작전(Operation Osoaviakhim)을 통해 1946년 2500여명의 독일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소련으로 데려옵니다. 기록에 따르면 90여대의 화물열차를 동원, 1946년 10월 22일 새벽 하룻밤 사이에 이러한 이주를 강행했다고 해요. 소련군이 과학자들의 집에 급습해서 전화망, 대중교통 차단해 도주를 막은 뒤 강제로 데려온 거죠.또한 소련은 독일 기술 이전을 위해 연구, 생산 시설을 소련으로 이전했는데, V-2 로켓 센터도 포함되었다고 해요. 소련은 역시 독일 과학자들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소련의 태도가 다소 강압적인 게 문제가 됩니다. 계약서, 신분증도 없이 5년 동안 강제로 일했고 강제 이주였던 만큼 불만이 많았다고 해요. 서방 국가로 간 과학자들과 비교도 됐을 거고요. 결국 1950년부터 1958년 사이, 이들 과학자 상당수가 동독으로 귀환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소련과 비교했을 때 독일 과학자들을 장기 프로그램에 더욱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미사일 개발과 우주 탐사에 지속적인 이바지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인재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네요. 

맺음말

딥시크 쇼크와 스푸트니크 쇼크 사이에 비슷한 점이 여럿 보입니다. 

미국과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AI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것 같아요.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이후 압도적인 공군력을 기반으로 로켓에 대한 개발에 주춤했을 때, 소련이 여기에 집중합니다. 딥시크도 비슷합니다.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은 과거 인터뷰에서 “투자량과 혁신은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긴 것처럼 GPU를 때려박는 빅테크 기업과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뒷통수를 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거죠.


미국은 충격을 받습니다. 오픈AI는 고객 확대에 나섰고 구글은 부랴부랴 저렴한 AI 모델을 내놓습니다. 또한 딥시크보다 앞서 발표되긴 했지만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원에 나섰고요. 스타게이트는 NASA가 떠오르네요. 


인재경쟁도 비슷합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독일의 과학자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중국은 천인계획 등을 통해 우수 인재를 국내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요. 미국 빅테크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수한 인재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문득,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분야에서든 이러한 일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중국 축구’를 생각할 때 항상 “인구 14억명 국가에서 어떻게 ‘메시’가 한 명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때가 많았는데, AI 분야는 달랐습니다. 나오긴 나오네요.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은 오히려 똘똘 뭉친 데 반해 소련은 동력을 잃으면서 우주개발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미국은 NASA를 중심으로 우주개발에 적극 나섰고 이는 재사용 로켓은 물론 화성 탐사를 꿈꾸는 대형 로켓 개발로 연결됩니다. 투자는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NASA가 우주에서 쓰기 위해 개발한 기술 중 2000여개는 스핀오프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쓰이고 있어요. 적외선 체온기, 로봇 청소기, 메모리폼, 인공호흡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피를 튀기는 AI 2라운드. 과연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주도권을 잡는 국가가 앞으로 반세기, AI 시장을 이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양국은 서로를 어떻게 견제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일까요.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우주개발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는데 AI 분야에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 ‘참치 샐러드’ 어떠세요. 참치 샐러드는 1969년 아폴로 11호 임무 당시 우주인에게 제공된 음식입니다. 참치 샐러드를 드시면서 “옛날에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에 미국이 NASA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인류를 달에 보냈고, 이걸 우주에서 먹었대”라는 대화를 나누시면서 딥시크 쇼크 이후를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면, 제게 꼭 연락 주시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빠른 퇴근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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